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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by 책연필씨 2022.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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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해서, 책 표지가 너무나 선명한 색상이라서 집어든 책이다. 집어 들고 보니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그래도 기억이 가물가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다. 심지어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읽다 보니 너무 궁금했다. 이 작가가 누구일까, 이전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래도 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다 읽을 때까지 꾹 참았다. 다 읽고서 찾아보니 남아 있는 나날나를 보내지 마를 쓴 그 작가였다. 역시 문장들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있었다.

 

AF(Artificial Friend)와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소설이다. 두께가 꽤 있는 소설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뭔가 예상되는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냥 어른을 위한 동화인가 라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그렇지만 읽을수록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지, 감정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등 생각할 거리가 계속 쌓여갔다.

 

 

가게에 진열된 클라라는 AF이다. 최신형 AF는 아니지만 다른 AF들보다 조금 더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까지 이해하려 애쓰는 AF이다. 그런 클라라에게 어느 날 몸이 건강해보이지 않는 조시라는 아이가 찾아온다. 조시와 함께 지내게 된 클라라는 조시가 건강해지도록 그리고 행복해지도록 최선을 다한다.

 

 

 

 

 

부모는 조시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대부분의 다른 부모가 그러하듯 향상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조시는 건강이 좋지 않다. 아픈 날이 많아질수록 클라라는 조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언제나 조시를 위한 최고의 선택만을 생각하던 클라라는 언젠가 길 위에서 쓰러져 움직이지 않던 거지와 그의 강아지가 태양빛을 받고 다시 움직이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자신의 양분이 되는 태양이라면 조시를 낫게 해줄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태양에게 정중하게 부탁하기로 결심한다.

 

 

 

 

 

옆집에 사는 릭은 조시의 단짝친구이다. 릭은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이다. 그렇다보니 건강하고 똑똑하지만 주변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또래 아이들에게는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로 받아들여진다. 누구보다 조시를 걱정하는 릭. 그런 릭의 감정이나 마음도 이해하게 된 클라라는 릭과도 친구가 되고 릭의 도움을 받아 태양에게 가게 된다.

 

 

 

 

 

 

조시의 엄마 클리시와 릭의 엄마 헬렌은 친구이지만 자식을 위한 선택의 방식은 달랐다.

큰딸 샐을 향상으로 잃었지만 자식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는 향상을 다시 선택한 클리시. 남들보다 더 힘든 삶이 되겠지만 향상으로 자식을 잃을 수도 있기에 그런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헬렌. 자식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표현 방식이 다르다. 과연 누구의 선택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말씀하신 마음이요.”

내가 말했다.

“그게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이 아주 많은 집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에이에프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 방들을 전부 돌아다니면서 차례로 신중하게 연구해서 자기 집처럼 익숙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아버지도 옆길에서 끼어들려고 하는 차에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네가 그 방 중 하나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방이 있다고 해 봐. 그리고 그 방 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고, 방 안에 방이 있고 그 안에 또 있고 또 있고. 조시의 마음을 안다는 게 그런 식 아닐까? 아무리 오래 돌아다녀도 아직 들어가 보지 않은 방이 또 있지 않겠어?”

나는 이 말을 잠시 생각해 본 다음 대답했다. “물론 인간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한계가 있을 거예요. 폴 시가 시적인 의미로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배워야 할 것에는 끝이 있을 겁니다. 조시의 마음은 방안에 또 방이 있는 이상한 집을 닮았을 수 있지요. 하지만 이게 조시를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저는 최선을 다 하겠어요. 제가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시를 구하기 위해 항상 희망을 놓지 않았던 클라라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다. 조시를 위해서라면 조시의 모든 면을 배우겠다던 클라라. 로봇이기에 가능했던 대답이리라.

 

 

AF로 조시를 대체하려고 했던 카팔디 씨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특별할게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클라라가 조시의 모든 면을 학습하고 외형만 조시의 모습을 갖추게 되면 조시를 그대로 잇는 것이라 말했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조시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 과연 클라라만큼 조시를 사랑한 인간이 있었을까? 인간마저도 대체될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보다 더 인간적인 것이 클라라가 아닐까?

 

 

 

 

머지않은 미래를 보는 것만 같다.

과연 인간은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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