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밀실 트릭이 있는 살인사건.
안에서 잠긴 채 체인마저 걸려있는 호텔방에서 범인은 어떻게 도망쳤을까?
큰 행사나 파티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컴패니언으로 일하는 교코. 교코의 꿈은 부자와 결혼해 온갖 보석들을 마음대로 갖는 것이다. 오늘은 교코가 찜해둔 부동산 회사의 다카미 슌스케 전무가 참석하는 하나야 보석점의 파티가 열리는 날. 파티 중 기회를 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얼굴을 알리게 된다. 파티가 끝난 후 컴패니언 대기실이었던 203호실에서 에리와 함께 나온 후 열쇠를 프런트에 반납한다. 그러다가 다카미 전무를 발견한 교코. 우연을 가장해 차 한잔을 하고 자리를 옮겨 기다리던 중, 같이 퇴근한 에리가 203호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방문이 안에서 잠겨있고 도어체인마저 걸려있어 자살로 결론이 나는 듯하는데, 시바타 형사는 자살이 아닐 거라 여긴다. 우연히 옆집으로 이사오게 된 시바타 형사와 티격태격 친구처럼 가까워진 교코도 에리의 사건을 함께 파헤치게 된다. 에리의 고향 나고야에서 에리의 남자 친구가 다카미 유타로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에리와 전에 함께 일했던 마노 유카리마저 살해되자 사건은 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게다가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 하는 다카미 슌스케도 뭔가 수상하다. 교코의 집마저 난장판이 되고, 범인의 흔적은 알 수 없고...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밀실 트릭도 나온다. 추리 소설이니 당연히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가가형사 시리즈’처럼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뭔가를 밝혀내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바타의 추리와 교코와의 대화를 통해 더 많은 부분들을 발견해나가는 듯. 그래서 시바타 형사와 교코의 티격태격하는 케미를 보는 재미는 괜찮았다.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상정해놓은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정말 잔인한 인간이었네.”
“돌이켜보면 우리 수사진도 그자의 어릿광대 같은 모습에 깜빡 속았어요.”
.
.
.
“어릿광대라는 가장 효과적인 색감의 가면을 쓰고 있었죠.”
책을 읽다가 왠지 히가시노의 옛날 글을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1988년도 작품이었다. 작품 속에서도 80년대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좀 나온다. 원제는 『쿄코의 꿈-컴퍼니언의 살인사건』. 개인적으로 원제가 훨씬 어울리는 듯.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 교코가 계획이 있다는 것인지, 에리가 계획이 있었다는 것인지..
“왕자님이 떠나버리셨네.”
시바타는 교코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뭐, 그렇죠.”
그녀는 어깨를 으쓱 쳐들며 말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씩씩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선 교코는 과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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