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관계의 언어, 감정의 언어, 자존감의 언어 이렇게 3편으로 구성된다.
여느 에세이들과의 차이점을 들자면, 소제목들이 정말 ‘보통의 언어’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사전의 말 풀이를 연상시키는 듯한 목차가 독특하다. 같은 언어도 모두가 똑같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작사가로서 언어를 다루는 김이나 작가만의 언어에 대한 시각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 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사과를 받는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주는 자가 받는 이를 오랫동안 세심히 지켜봐온 시간이 선물 받는 이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듯, 조언도 그렇다. 듣는 이의 성향과 아픈 곳을 헤아려 가장 고운 말이 되어 나올 대야 ‘조언’이지, 뱉어야 시원한 말은 조언이 아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파도를 타듯 자연스러울 때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육체가 약해지는 데에는 분명, 조금 더 신중해지고 조금 더 내려놓으라는 뜻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난스럽다고 지적받은 적이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을 빛나게 해줄 무언가일 것이다.”
“나의 인생을 극으로 본다면 작가는 나고 주인공도 나다. 걱정에 빠진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위해 작가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회차로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것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의 ‘벽’에 뒤돌아봐야 알 수 있는 나만의 가능성이 있다. 즉 한계에 부딪힌다는 건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도 된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예측 불허의 내일들이 펼쳐져 있는 시간은 막상 그곳에 있을 때는 주로 암담하다.... 불안의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알 수 없는 내일 때문 아니겠는가. 단지 ‘쳇바퀴’라는 단어가 가진 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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