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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일본소설 / 기억 속 사랑의 아련함-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by 책연필씨 202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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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추억 속 사랑만큼 이중적인 것이 또 있을까

 

 

과거 속 짙은 사랑은 아련한 기억으로 내게 아픔을 주며, 동시에 내게 기쁨을 준다. 그러기에 이 책의 제목은 '연애'소설이다. 사랑을 속삭이는데 그 사랑이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피하고 싶지는 않은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랑의 이중성을 작가는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 상투적 달달한 연애를 말하지 않는 가네시로 카즈키는 스스로를 ' 코리언 재패니즈'로 소개하며 한일 어느쪽에도 속하려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당신의 지난 과거의 사랑을 돌이켜보시라. 아마 분명 누군가 떠오를 것이며, 장담컨대 그 사랑의 완성은 흐릿할 것이다. 현재의 사랑은 당신 곁에 지금 있을 테니...라고 해두자.

 

그 지난 아련한 사랑의 무거움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연애 소설’

‘영원의 환’

 

그리고

‘꽃’

 

이렇게 세 작품으로 이루어진 연애소설은  세 작품을 관통하는 한 인물이 있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각각 독립된 이야기지만, 그 인물로 하여금 연계를 만들어내고 공통된 주제를 연출해낸다.읽으면서도 화면 상의 연출이 떠오를 정도로 시각적인 구성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시각성과 특유의 새드 감성은 2004년 영화로 연출되면서 그 감정선을 영상으로도 보여준다.

 

 

 

죽음 곁에 피어난 사랑의 아이러니 - 연애소설 편

 

 

첫 번째 작품 ‘연애 소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가 되었든 죽게 되는 운명을 가진 한 사신, 아니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하지만

"계속 만나야 한다는거야.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어도, 안 만나면 그 사람은 죽어 버려.

사람은 다 죽잖아.그러니까 안 만나는 사람은 죽은 거나 다름없는 거야.

가령 추억 속에 살아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어 버려.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잖아.

지금은 너하고 이렇게 손잡고 있지만, 손을 놓고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못 만날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만나야 한다는거야."

이렇게 말하는 여자 친구와 기어이 사랑에 빠지고 마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과연 그녀는 사신의 곁에서 눈부신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간 두 사람은 무사히 사랑을 완성할 수 있을까. 완성의 의미는 상대적이니까..

 

 

 

사랑의 또 다른 실현 방법, 복수 - 영원의 환(環) 편

 

 

두 번째 작품 ‘영원의 환’은, 불치병에 걸려 죽을 날이 며칠 남지 않은 한 대학생이 킬러 K에게 과거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을 자살로 몰고 간 남자의 살해를 부탁하는 이야기이다. 그 대학생은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의 한을 풀어주고자 했으며,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사랑의 실현 법이자, 마지막 순간 그녀가 자신에게 내민 손을 잡아 주지 못한 미안함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미스터리 한 킬러 K의 등장. 개연성 없는 등장이 오히려 미스터리함을 더 해주며 일상적이지 않은 신비로움이 사랑의 상투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물망초를 선물하고 싶다 - 꽃 편

 

 

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가시적인가. 당신은 사랑을 얼마나 드러내는가. 나는 사랑하는 내 사람에게 물망초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나는 내 사랑도 위대하다고 믿고 싶었다. 마지막 작품 '꽃'은 제목 연애소설에 가장 합당한 가슴 시린 눈부신 사랑이야기다.

치명적인 뇌 속 동맥류를 가지고 있는 그는  사망 혹은 기억상실이란 불행을 안고 있는 수술을 앞둔 채로,  영문도 모른 채 한 노변호사와 여행하게 되며 노변호사의 추억을 더듬어본다. 25년간의 긴 소송 끝에 마침내 승소를 이룬  노변호사는 28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의 유품을 취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자책감에 슬퍼한다. 하지만 그 동행 속에서 아내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노변호사의 그 아내의 사랑이야기는 이 책의 절정인양 사랑을 한없이 토해낸다. 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에 희생 그리고 기다림. 아내와 노변호사의 사랑은 간절했고 뜨거웠다. 그 사랑의 결말 속  '저 화분은 놔두고 갈게요'란 아내의 음성은 귓가에 푹 박혔다. 물망초의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 유치하다 말해도 좋다. 지켜보기만 하는 사랑을 험담해도 좋다. 다만 '꽃'편에서 전하는 사랑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사랑이야기였다. 비애를 간직하고, 간절함이 있는 그런 사랑. 그 일련의 과정 속 사랑 이야기가, 우리 사랑과 가장 가까운 형태다 보니 가장 공감되어 감동받았다.

 

 

가슴 두근두근하고 설렘만이 사랑이 아니다.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지나간 과거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 죽음을 앞두고 그 사랑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이다. 사랑 이야기지만 뭔가 이제 막 피어나는 두근두근한 감정을 얘기하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사랑을 위해 난 뭘 얼마나 할 수 있나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 사랑에 있어서 기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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