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모모의 눈에 비친 '생'이란 결코 아름답거나 희망에 찬 그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하는 힘들고 버거운 것이 ‘생’이다. 많은 주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절망과 비애뿐이다. 모모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의 '생' 속에는 로자 아줌마가 있다. 젊은 시절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몸 파는 창녀로서 겨우 살아온 그녀는 창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유태인이다.
온전히 순수하고 온전히 행복하기만 해야할 아이 모모는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나이조차 정확히 모른다. 또한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모모가 사랑하는 주변인들에게는 각자의 슬픔이 있고, 그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하지만 그들은 사랑으로 로 자신의 상처들은 물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이렇게 절망과 슬픔의 어둠 바로 건너에 사랑과 희망을 찾는다.
“하밀할아버지, 하밀 할아버지”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모모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잘 표현해준 말이지 않을까. 모모는 평상시 투박하고 삐딱한 표현을 하기도 하고, 반항도 하고 또 싫다는 표현도 잘 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베풀려고 노력한다. 로자 아줌마가 죽는 순간까지 아픈 로자 아줌마를 위해 약간은 기발한 행동들을 하지만, 그게 모두 로자 아줌마가 진정 원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내색하지 않아 더슬픈 14살 아이 모모의 목소리, 하지만 사랑을 전하는 목소리
빈민가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데, 14살 아이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이야기라, 인생의 슬픔을 드러내지 않아 너무 어둡다거나 우울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모모의 모습에 더 슬픔도 더해지고, 더 '생'이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모 주위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힘들게 소외된 삶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자기에게 주어진 생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간다.
그 모습이 어쩌면 모모에게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줬을지도, 아니 그랬을 거라 믿는다.
이 책은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아가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삶이라도 '사랑'을 찾아가며, '사랑'을 해나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 책이다. 새해도 밝았으니 내 주변의 사람들을 아무 조건 없이 아끼고 더 사랑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또한 코로나 19 시대 각박해지고, 가라앉아버린 사회 분위기 속에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고 사랑을 베풀고, 그 사랑이 꼬리 물어 세상이 사랑으로 넘치진 않을지언정 그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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