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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by 책연필씨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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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작가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도 느꼈지만 뭔가 이질적이고 색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적인 면이 많이 느껴지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인 것 같다.

요즘 젊은 SF 작가들이 대세인가보다. 정세랑 작가도 그렇고 김초엽 작가도 그렇고.

 

보통 SF라고 불리는 장르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배경이 우주이고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이 등장하니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읽고 나면 흥미진진한 공상과학이라기 보다는 공감이나 사랑, 포용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들을 색다른 소재로 나타낸 글들이다. 김초엽 작가만의 특징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다음 7편의 단편으로 묶여있다.

 

 

우주에는 두 종류의 멸망이 있다. 가치 있는 멸망과 가치 없는 멸망.” _최후의 라이오니

단독 임무를 부여받아 행성 3420ED를 탐사하게 된 와 기계들의 리더인 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에게 있던 태생적 결함이 사실은 결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빛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일까?” _마리의 춤

태어날 때부터 모그였던 마리와 모그 학생은 처음 가르쳐보는 의 이상하고 은밀한 무용 수업 이야기. 시지각 이상증을 겪는 모그들은 춤을 추기는커녕 감상할 수도 없다고 말하는 에게, ‘마리는 모그도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 맞추려고 노력한 건 우리 모그들이에요. 당신들이 아니고요.” 타자화되고 대상화된 존재인 마리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마리의 저항을 단순히 테러로만 볼 것인지, 아름다움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과 이해는 같지 않다. 진은 그것에 동의할 수 없어 긴 취재를 시작했다.” _로라

세 번째 팔을 이식하고 싶어 하는 로라와 그런 로라를 이해하고 싶어서 긴 취재 여행을 떠나는 의 이야기. 우리는 로라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해는 같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나 자신이 되는 일이야말로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이라는 것도. 하지만 여전히 삶에는 사랑과 이해 모두 필요하다는 것도.

 

 

 

 

 

아니, 난 여기 속하지 않아.” _숨그림자

발성기관이 퇴화하여 호흡으로 대화를 하는 숨그림자 사람 단희와 부서진 우주선과 함께 얼음 밑에서 깨어난 원형 인류 조안의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소통, 사랑, 이별의 이야기. 지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단희조안의 불완전한 대화를 통해 언어로는 결코 포착할 수 없고, 언어로는 절대 옮길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_오래된 협약

벨라타행성의 사제인 노아벨라타를 탐사하고 떠난 지구인 이정에게 띄우는 편지 형식의 이야기. ‘노아이정이 떠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오브벨라타인들사이에 존재해온 오래된 협약에 대해 고백한다. 소설은 금기시되고 기피되는 이상한 생물인 오브를 통해 과학지상주의로 가득한 지구인으로서는 결코 알아차릴 수도 이해할 수 없는 대안적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과는 다르게 더없이 긴 시간을 살아가는 오브의 모습에서 우리는 공존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가야 해요. 이브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예요.” _인지 공간

인지 공간의 관리자인 와 작고 약한 몸으로 태어나 인지 공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이브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이야기. ‘이브의 죽음을 통해 는 결국 인류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고 여겨지는 인지 공간을 떠나기로 한다. 그건 이브가 말하던 우리의 기원을 찾는 일이었고, ‘이브를 기억해내는 일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브를 통해 인지 공간’, 즉 완전하고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지금의 세계가 차마 다 담지 못하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잊었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우리에게서 잊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 우주는 수많은 주머니 우주를 가지고 있다.” _캐빈 방정식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다른 시간을 살아가게 된 자매, 언니 현화와 동생 현지의 이야기.

둘은 함께 관람차에 오른다. 현지는 관람차를 타러 가면서 다시는 동일해질 수 없는 언니와 자신의 시간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상에 다다른 캐빈 안에서 주머니 우주를 발견하는 순간, 마침내 둘의 시간이 평행하다는 걸 이해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자매가 함께 관람차에 올라 주머니 우주를 목격하는 이야기는, 사랑과 이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의 개념을 확장케 하는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에서

 

단편집이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다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결핍’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사회적인 주제들을 SF 장르물로 그려낼 수 있는 작가가 참 멋있다. 한동안 김초엽 작가의 세계에 뺘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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