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급변하고 위기의 시간이 오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온갖 선지자들이 등장한다. 그중 상당수는
후대에 거짓 선지자로 판명될 것이다. 워낙에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 역시 거짓 선지자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 ‘여는 글’ 중에서
건축가 유현준 교수님의 작품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시작으로 꽤 여러권의 책을 집필하신 것으로 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어디서 살 것인가』는 꽤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동안의 책들이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 『공간의 미래』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책은 코로나로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고, 바뀌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한다. 다음 목차를 보면 얼마나 광범위한 주제들에 대해 다루었는지 알 수 있다.
여는 글: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거짓 선지자들의 시대 / 마스크가 만드는 관계와 공간 / 전염병, 인류, 도시 / 공간의 해체와 재구성,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1장.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중산층 집이 ‘방 세 개 아파트’인 이유 / 155퍼센트 늘어난 집의 의무 / 4도3촌과 가구의 재구성 / 부엌의 새로운 위치 / 사적인 외부 공간의 필요 / 나무를 심는 발코니 / 벽식 구조에서 기둥식 구조로 / 목구조 고층 건물의 시대 / 최고의 친환경 건축 / 포스트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
2장. 종교의 위기와 기회
종교와 공간 / 벽과 계단의 발명 / 제사장과 아이돌 / 신전과 고깃집 / 예배당의 의자가 가로로 긴 이유 / 스님 vs 목사님 / 시공간 공유가 만드는 공동체 의식 / 이슬람교가 기도를 하루에 다섯 번 드리게 하는 이유 / 전염병이 만드는 종교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 / 화가와 선생님 / 페이스북과 온라인 수업 / 교우 관계의 부재 / 종이 책, 오디오북, 동영상 수업 / 전교 일등이 없는 학교 / 미래 학교 시나리오 / 교육 큐레이터 선생님 / 교육이란 무엇인가
4장.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일자리의 55퍼센트 / 우리나라 직장에 회식이 많은 이유 / 재택근무와 일자리의 미래 / 거점 위성 오피스 / 내 자리는 필요하다 / 마스크가 바꾸는 인간관계 / 평등한 화상회의 / 슈렉 vs 라이온 킹 / 대형 조직의 관리와 기업 철학
5장.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시킬까
전염병과 도시의 역사 / 얀 겔의 실험 / 인구 2배, 경쟁력 2.15배 / 시냅스 총량 증가의 법칙 /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인간
6장.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줄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
공통의 추억 / 소셜 믹스와 재건축 / 소셜 믹스의 첫 단추, 발코니 / 정사각형 공원보다 선형의 공원 /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 / 가까운 미래의 상상
7장.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통일을 위한 엣지시티
그린벨트의 역사 / LA vs 뉴욕 / 반도체 회로 같은 도시 패턴 / LH의 새로운 임무 / 엣지시티: 도시와 접한 그린벨트의 경계만 개발하라 / 남북한 융합을 위한 DMZ 평화 엣지시티 / 농사꾼의 도시와 장사꾼의 도시 / 소규모 재개발의 장점
8장. 상업 시설의 위기와 진화
디즈니의 위기 / 상업의 진화는 공간의 진화 /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공간 /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진화와 축소 / 새로운 빌딩 양식의 발명 / 두 가지 갈림길 / 전염병이 만드는 공간 양극화 / 공간 소비 vs 물건 소비 /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이유 / 줄어드는 오피스 공간 / 폭이 넓은 상업, 폭이 좁은 주거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홍길동 vs 세종대왕 / 21세기 소작농: 월세 /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부동산 / 정부와 대자본가만 지주가 되는 세상 / 악당과 위선자의 시대 / 경계부를 점차 내려야 한다 / 인구수보다는 세대수 / 프루이트 아이고 vs 강남 / 칠레의 저소득층 주택 정책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화폐가 된 아파트 / 서울 한강 전망 vs 뉴욕 허드슨강 전망 / 짝퉁 도시의 양산 / 다양성을 죽이는 심의와 사라져야 할 자문 / 21세기형 스마트 타운 / 소제동 하드웨어 + 대덕연구단지 소프트웨어 / 대전 속 피렌체 / 여주가 사는 길 / 여주에서의 3일 / 라이프 스타일 만들기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나를 안아 주는 교회 / 건물 안의 사람이 도시 풍경이 되는 건물 / 뒷골목의 사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닫는 글: 기후 변화와 전염병-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기준이 바뀌는 세상 / 코로나 블루와 공간 / 고래가 코끼리보다 큰 이유 / 기술 발달과 저출산의 시대 / 새로운 뼈대가 필요한 시대 /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든 영조의 청계천 준설 작업 /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될 새로운 공간 /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
“향후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의 비중이 늘면서 산업 구조와 도시 공간 구조의 재구성이 촉진될 것이다. 혹자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발달로 대면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전염병의 위험을 피해서 대도시가 해체될 거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대도시가 해체될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으로 대체되고, 학교 교실 수도 줄어들 것이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원격진료가 확대되면 한적한 교외로 이사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외로의 인구 이동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SNS나 화상 통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추가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온라인 공간이 발전해도 실질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요즘 메타버스가 하도 이슈가 되어서인지 메타버스와 연관을 시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좀 궁금하기도 하다.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각 아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 주는 선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눠진 회사,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원과 도서관,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DMZ 평화 도시 등 꿈같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정말 이렇게만 되면 좋겠구나 싶으면서도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하긴 했다.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한 부분도 많지만,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강하게 어필된 부분도 꽤 있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니 아마 이런저런 의견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워낙 박학다식한 분이라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지만, 그래도 난 이번 책 보다는 그 전에 나온 책들이 조금 더 재미있고 좋았던 것 같다. 뭔가 더 전문적으로 설득력도 있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신선함도 느껴졌었는데, 이번 책은 너무 많은 부분을 다룬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그러다보니 기존에 나왔던 내용들과 겹치는 부분도 좀 있는 것 같고, 깊이감도 살짝 부족한 듯하다.
물론 워낙 글을 잘 쓰시는 분이라 읽는 동안은 술술 잘 읽혔다. 꽤 괜찮은 책들을 쓰셨던 분이라 좀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북'S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천도서] 달까지 가자 – 장류진 (1) | 2022.02.18 |
---|---|
[추천도서]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 소윤 (0) | 2022.02.10 |
[추천도서] 행성어 서점 – 김초엽 (1) | 2022.01.28 |
[추천도서]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2) | 2022.01.27 |
[추천도서]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소설이라고? -소문(오기와라 히로시) (1) | 2022.01.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