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직장동료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각각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는 사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그들에게 ‘회사 사람’을 넘어선 끈끈한 마음이 싹트고, 그들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웃기는 일도, 화나는 일도, 통쾌한 일도, 기가 막힌 일도”(30면) 함께 나누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들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암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103면)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의 월세에 살며,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고작 달달한 디저트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다해와 지송은 평소 감정의 동요가 별로 없는 은상 언니에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무슨 일인지를 추궁하다가 은상이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상은 다해와 지송에게 이더리움 투자를 함께하자고 설득하지만 지송은 단번에 거절하고,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상의 말에 다해는 흔들린다. 다해는 이사 준비를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방을 본 것을 계기로 보증금과 월세가 조금 더 비싼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적금을 깨고 가상화폐를 시작하게 된다.
똑같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다해와 은상은 ‘떡락’과 ‘떡상’의 풍파를 함께 겪지만 그런 와중에도 지송은 여전히 그들을 무시한다. 그러다 셋은 휴가 시즌을 맞아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가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이더리움의 그래프는 미친 듯이 치솟아 다해의 가상지갑 속 숫자는 드디어 1억원을 찍게 된다. 떡상의 환희를 맛본 다해와 은상은 다시금 지송을 설득하고 곡절 끝에 드디어 지송도 전재산을 쏟아부어 이더리움에 합류하지만 서울에 돌아온 뒤로 그래프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져 은상은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가상화폐는 손에 쥘 수도 없다. 코드로만 존재한다. 만약 이걸 다시 되팔 수 없다면 나는 허공에 전재산을 날려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89면) 과연 이들은 ‘일확천금’의 미래가 있는 ‘달’까지 갈 수 있을까?
출판사 리뷰 중에서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라고 한다.
단순한 현실을 반영한 소설이라기 보단,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들이고 그 주인공들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했다. 소재까지 한동안 난리였던 ‘코인’ 즉 ‘가상화폐’에 대한 것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알록달록 책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거기에 제목까지 ‘달까지 가자’여서 뭔가 일탈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모험 이야기가 아닐까 내심 기대했었다. 작가 이름이 귀에 익긴 했지만 비슷한 이름이 워낙 많으니 처음 접하는 작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작가 소개 부분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제목을 보고선 단편집인데 꽤 신선했었던 기억이 났다.
솔직히 처음 도입부를 읽을 때는 그리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뭔가 확 당기는 사건이 없어서였을까?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그랬을까?
그런데 나도 모르게 책에 빠져서 쭉쭉 계속 읽고 있었다. 흙수저 회사원들의 일상인데 앞으로가 궁금해지고 걱정도 되면서 빨리 결론을 알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슬프고 가슴이 답답할 수도 있는 현실인데 작가는 무겁지 않고 속도감 있게 글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현실이 준 무게와는 달리 책은 가볍게 읽힌다.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아주 현실적으로 그렇지만 재미있게 풀어나가는게 이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코인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지 않을까?
일확천금, 아니 뜻밖의 선물 같은 공짜 돈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요즘처럼 미래가 불투명하고 사회적인 갭이 크게 다가오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내 집 한 채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워지다 보니 주식에 코인까지 투자, 투기라는 이름으로 열풍이 휩쓸고 있다. 그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나만 이렇게 손놓고 있어도 되나 라는 불안감도 생기지만, 뭐 주어진 능력대로 사는게 나처럼 소심한 사람에겐 가장 안전할테니까.
소설의 결말은 소설다운 결말이라서 마음에 들었다.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을 원하는 사람들은 꽤 괜찮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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