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기대감에 부풀게 한 책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막장과 너무나 꼬여서 과연 저럴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접하다보니, 이젠 착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끌린다. 한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소설이다.
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덩치는 산만하고 알콜성 치매로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조차 못하고 말까지 어눌한 노숙자 ‘독고’. 편의점 사장인 염여사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청파동에 있는 작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취직하게 된다. 따뜻한 마음씨의 염여사와는 달리 기존 직원들은 미련 곰탱이 독고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웬걸? 말수도 별로 없고 인상까지 고약한 독고로 인해 편의점은 조금은 불편하지만 따뜻함이 머무르는 장소로 변하게 되고 매상까지 오르게 된다.
8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며 여러 가지 사연들을 들려준다.
공무원 준비를 하며 알바를 하는 취준생 시현, 한때는 엄마의 자랑이었지만 이젠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30대 아들을 둔 생계형 알바 오여사, 회사와 가정에서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세일즈맨 경만, 마지막 글쓰기에 도전하는 희곡작가 인경, 한탕 사업 자금을 위해 엄마의 편의점을 노리는 염여사의 아들 민식, 한땐 경찰이었지만 이젠 흥신소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곽. 그리고 과거가 비밀에 휩싸인 독고.
각자 가진 삶의 무게로 힘들어할 때 우연히 들른 편의점에서 이상한 알바생 독고를 만나며 불편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는 사람들. 작은 동네의 물건도 많이 없고 매출도 그저 그런 편의점의 따뜻한 온기가 책을 읽는 내내 미소짓게 했다.
현실의 버거움을 무겁지 않게,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다룬 점이 좋았다.
요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거기에 따뜻함까지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김호연 작가의 글은 처음 접했지만, 다른 글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이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PPL도 아닌 것이 너무 자주 나와 나도 먹고 싶어졌다. ㅎㅎㅎ
“속상할 땐 옥수수... 옥수수수염차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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