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듣는 작가였다. 거기다가 2001년에 발표한 작품이라니. 2009년에 한국에도 소개되었다는데, 그때는 반응이 별로 없었나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역주행이라니.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추리소설이다. 그래서 집어 들었다.
“너, 그 소문 들어봤어?
한밤중 시부야에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그것도 양쪽 발목을 다 삭둑!
그치만 뮈리엘 로즈를 뿌리면 괜찮대. 진짜라니까.”
여고생들 사이에 퍼진 레인맨에 대한 소문. 그런데 그 소문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발목이 잘린채로.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고구레와 나지마는 이 소문이 시부야를 중심으로 여고생들에게만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소문의 근원지가 쓰에무라가 경영하는 컴사이트라는 광고회사라는 것도 파악하게 되는데, 이 회사 어딘가 수상하다.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범인, 즉 레인맨이 누구인가 추리해나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본 추리 소설이지만 막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류의 소설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게는.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수도 적고 배경도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그런게 아닐까? 어쩌면 2001년에 쓰여진 작품이라 그럴수도.
사건을 주고 그 사건에 대한 증거로 범인을 찾아가거나,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고 왜 그런 범죄가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풀어가는게 일반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도 범죄가 일어나고 형사들이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긴 한다. 그런데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딱히 스릴있거나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추리소설의 형태를 빌려 나쁜 소문을 퍼뜨려 상대방 회사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WOM(Word of Mouth)이라는 마케팅 방식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더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가장 뜨악했던 결론부분!
“마지막 4글자에 모든 것이 뒤바뀐다!”
도대체 이 부분을 왜 쓴 것인지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간다. 전혀 개연성도 없고 작가의 의도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책 표지부터 너무 저렇게 광고를 하니 책을 읽으면서 이미 4글자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그걸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억지스러운 느낌까지.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서 ‘아니 왜?’라는 생각으로 몇 번을 다시 들춰봤다. 그래도 여전히 그 억지스러움이 가시지 않는다. 도대체 그 부분이 왜 필요했을까?
‘일본 미스터리 역사상 최고의 반전’이라는 말은 광고에서 빼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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