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소설이 읽고 싶었다. 이왕이면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소설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소설책 이것저것을 집어 들다보니 『천개의 파랑』(지난 리뷰)과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고르게 되었다. 두 책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는데, 고르고 나니 둘 다 SF 소설이다니...
장르는 같지만 둘은 완전 다른 소설이다. 『천개의 파랑』이 SF 소재를 살짝 끌어다가 일부러 장르를 맞춘 것 같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완전 정통 SF 소설이다. 그것도 지구 멸망을 눈앞에 두고 우주로 해결책을 찾아 떠나는...
너무 재밌었다. 완전 몰입해서 읽었다. 무려 691페이지에 달하는 책인데, 그래서 완전 무겁기까지 한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내려놔야 하는 순간이 어찌나 아쉽던지.. 오랜만에 긴 소설을 궁금해하며, 아쉬워하며 읽어서 너무 좋았다.
알고 보니 이 책을 쓴 작가가 그 유명한 『마션』을 쓴 분이라고 한다. 『마션』은 책보다는 영화로 먼저 알게 되었고, 너무 재밌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도 『마션』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문적인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그리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절대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
화성에 고립된 아주 박학다식한 한명이 구조를 기다리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 『마션』이라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똑똑한 과학자 한명이 지구, 더 크게는 태양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주인공이 한명이다. 아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는 우리의 외계인 친구 ‘로키’가 있다.
헤일메리 -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의 태양이 조금씩 빛을 잃어간다. ‘아스트로파지’라는 생명체가 태양에 기생하며 태양빛을 빼앗아간다. 아스트로파지가 있는 주변의 행성들이 오염되기 시작한다. 태양이 이렇게 계속 빛을 잃어 가면 지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문제보다 더 일찍 빙하시대가 찾아와 멸망하게 된다.
방법을 찾아야한다. 시간이 없다.
전 세계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헤일메리호’를 우주로 보낸다. 정확히는 다른 항성계 타우세티로 보낸다. 타우세티는 우리의 태양과 비슷하지만 아스트로파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알아내야만 한다...
기억상실증을 가진 채 코마에서 깨어난 그레이스는 다른 대원들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헤일메리호에는 이제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레이스 혼자뿐이다. 그렇지만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임무를 져버릴 순 없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기억이 조금씩 돌아온다. 타우세티를 둘러보자. 뭐가 다른지 찾아야만 한다. 그러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모양이 독특한 낯선 우주선 하나를 발견한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외계인을 직접 만나다니. 적대적이진 않은 것 같다. 신호를 보내본다. 우호적인 신호가 되돌아온다. 이렇게 ‘로키’를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로키도 자신의 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여기가지 온 것이다.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 체계도 다르지만 둘에게는 같은 임무가 있고, 또 둘만 살아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명은 과학자이고 한명은 기술자.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된다. 이 두 친구는 각자 자신의 별을 지킬 수 있을까?
읽는 내내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지만, 내용 외적으로 과학적인 상식도 꽤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하고 작업한 책이라는게 느껴진다. 일반 과학책이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과학에 관한 책들도 이 소설에 나오는 접근법으로 다뤄진다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구가 멸망하는게 아닌 그 반대의 상황을 지구 멸망의 원인으로 들고 온 것도 참신했다. 아스트로파지와 같은 에너지 저장고가 있다면 얼마나 획기적일까? 환경 파괴도 안되고, 전기도 무궁무진하게 얻을 수 있을텐데... 아쉽다.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영화도 기대된다.
SF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SF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도 어쩌면 SF 소설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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