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다.
보통 작가들이 몇 년에 한 번씩 책을 출간하곤 하는데 비해, 매년 이렇게 책을 출간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지런함이 히가시노의 작가로서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해주는 거겠지?
“전부 내가 했습니다, 그 모든 사건의 범인은 나예요”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이 높던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 주위 인물 모두가 그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자백하며 사건은 해결된다. 남자는 이어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경찰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오래전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였다.
1984년, 용의자의 죽음으로 종결됐던 살인 사건이
2017년, 한 남자의 자백으로 뿌리부터 뒤흔들린다.
30여 년에 걸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히가시노 게이고판 『죄와 벌』!
같은 추리 소설이지만 그간의 다른 책들과는 좀 달랐다. 다른 책들은 히가시노 특유의 추리 소설로서의 트릭이 많이 숨어있어서 그런 트릭을 찾아내고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 책은 뭔가 서사적인 부분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단순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라기보다는, 공소시효 폐지 문제나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등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약간 더디게 진행되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히가시노 책답게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닌 아버지가 두건의 살인이나 저질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가해자의 아들. 이해심 많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아버지가 살해당할 정도로 다른 사람을 강하게 추궁하고 몰아붙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피해자의 딸.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의구심을 갖지도 않는다. 그래서 각자 아버지들의 과거를 파헤치게 되고,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돕게 된다.
자극적인 기사를 위한 기자의 배려심없는 유도질문,
무분별한 SNS로 인한 피해자의 유족이나 가해자 가족들의 피해,
동기나 진위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자백이 있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되었다는 경찰의 태도
오로지 재판에서 이기기만을 위한 검찰과 변호인의 말과 행동.
그동안 많이 접해본 이슈들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다루다보니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도 붙게 되나보다. 이 책 겉표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죄와 벌의 문제는 누가 재단할 수 있는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어떤 ‘죄’가 더 큰 ‘죄’인지,
진정한 ‘형벌’이란 무엇인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책을 읽어갈수록 이런 생각들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히가시노만의 색깔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 소설이 또 기다려진다.
'북'S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천도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0) | 2021.12.16 |
---|---|
[추천도서]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0) | 2021.12.09 |
[추천도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이미예 (2) | 2021.11.25 |
[추천도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매트 헤이그 (0) | 2021.11.18 |
[추천도서] 구의 증명 – 최진영 (4) | 2021.11.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