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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구의 증명 – 최진영

by 책연필씨 2021.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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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처절하고 처절한 사랑이야기이다.

 

 

“나는 아주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이란 생명체가 우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그날가지.

인류 최후의 1인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이것이 내 유일한 소원이다.”

 

 

 

 

 

 

내용이나 소재에서는 조금 올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읽기 시작하자마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 읽고 나니 처음에 나왔던 저 페이지가 이해가 되었다.

 

 

“속에 있던-마치 자르지 않은 호밀 빵처럼 커다란-덩어리를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해치운 기분이다. 소설에 관해서라면 아무 생각도, 감정도 들지 않는다. 텅 비어버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랬을 것 같다.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써내려가지 않았을까 여겨지는 글이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에도 마치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씹어서 삼키는 기분이었다.

 

 

 

 

한 몸이라고도 할 수 있는 ’.

떨어져 있어도 떨어져 있는 게 아닌, 아주 어릴 때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오직 하나의 세상으로 존재했던 하나같은 둘. 그랬던 둘에게 찾아온 이별. 언젠가는 찾아올 걸 알았지만 너무도 일찍 찾아온 이별.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 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너를 따라 죽는 게 아니라 나를 따라 죽게 만들 거야.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가난한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채 빚 때문에 그들에게 맞아서 죽은 ’. 마지막 순간에도 을 보기 위해 차에 치이면서도 도망치지만, ‘이 도착하기 전 죽음을 맞이하는 ’. 그런 의 몸을 그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런 를 자신의 곁에서 사라지게하지 않기 위해 은 구가 생전에 말했던 대로 그를 어루만지며 쓰다듬으며 조금씩 뜯어먹는다.

 

 

 

 

 

 

 

“여기 네가 있다.

나는 너와 있는데, 너는 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네가 여기 없거나 내가 여기 없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싶다가도, 고통스럽게 나를 뜯어먹는 너를 바라보고 있자니 있고 없음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든 없든 그건 어디까지나 감각의 영역일 텐데, 나는 죽은 자다. 죽어 몸을 두고 온 자에게 감각이라니 무슨 개소리인가. 하지만 느껴진다. 나는 분명 너를 느끼고 있다.”

 

“언젠가 네가 죽는다면, 그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

천 년토록 살아남아 그 시간만큼 너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천만년 만만년도 죽지 않고 기다릴 수 있으니까.”

 

 

 

 

 

 

 

항상 만을 생각하고, ‘만을 기다리던 ’.

언제나 을 먼저 생각하고, 아픈 현실에 항상 에게 미안해하던 ’.

죽어서도 곁에 머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죽은 를 애도하는

 

 

이런 사랑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읽는 동안 가슴이 참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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