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 우종영

by 책연필씨 2021. 10. 28.
728x90
반응형

 

 

 

 

 

 

 

 

 

 

"누구는 육교 밑에서 인생을 배우고, 누구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딱히 저자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책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오로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기 시작한 책이다. 그렇지만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무 의사 우종영님의 20년간 꾸준하게 읽힌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솔직히 나무 의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무를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너무나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이런 분이니 나무 의사라는 타이틀로 불리는게 당연하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책은 이야기책 읽듯이 술술 읽힌다. 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특징들을 그 나무에 얽힌 사연이나 이야기들과 함께 풀어내어 재미있고 유익할 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잔상이 남는다. 나무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인생 이야기가 곁들여져 슬그머니 미소 지을 때도, 혼자 가슴아파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나무를 보고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적어도 이 책에서 나온 나무들을 대할 때만큼은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다. 제목이 참 잘 어울리고, 나도 나무처럼 살 수 있기를 살짝 바래본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어찌나 질기게 살아남는지, 옛날에 밭두렁에 잘못 자리 잡은 조팝나무를 아무리 뽑아내도 다시 자리를 잡아 골칫거리였단다.

아무리 뽑아도 없어지지 않는 끈질긴 조팝나무처럼, 지우려고 할수록 더 선명하게 떠올라 현재의 나를 옭아매는 과거의 기억들.

어차피 지울 수 없는 과거라면 애써 떨쳐 내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오히려 평안함을 되찾고 풀리지 않던 생의 매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 조팝나무

 

 

 

 

 

 

“어릴 때는 그렇게 크게 뚫린 느티나무 속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게만 보였는데, 나무 의사라는 이름을 얻게 된 뒤로는 그 구멍이 어린 시절의 느낌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썩을 대로 썩어 저리 될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고통을 어떻게 말없이 감내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속 뚫린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인고의 세월, 그 기나긴 애달픔 속에서 나는 이 시대의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된다. 자식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도 더 내어 줄 게 없나 찾는 우리들의 어머니 말이다.”

 

- 느티나무

 

 

 

 

 

“전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곧음’에 있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절대 굽어 자라지 않고 하나의 줄기로, 위로만 뻗는다. 그런데 전나무 숲의 나무들은 그렇게 위로만 자라면서도 절대 흔들리거나 부러지는 예가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저희끼리 적당한 간격으로 무리를 이뤄 각종 풍상을 이겨 내기 때문이다. 만일 전나무가 저 혼자 잘났다고 한 그루씩 떨어져 자랐더라면 그 곧은 줄기가 눈이나 바람, 서리를 이겨 내지 못해 결국엔 부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강직하게 외대로 자라지만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전나무. 남을 앞지르려 하기 보다 손잡고 함께 사는 것이 종국에는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 전나무

 

 

 

 

 

“나무가 열매 맺기를 거부하는 것. 이를 가리켜 ‘해거리’라고 한다. 말 그대로 열매를 맺지 않고 해를 거른다는 뜻이다. 나무가 여러 해에 걸쳐 열매 맺는 데만 온 힘을 다 쏟으면 어떻게 될까. 해를 거듭할수록 나무 안의 자생력은 사라지고 점차 기력을 다하게 된다. 그렇게 나무의 상태가 계속 나빠져 어느 순간 한계치에 달했을 때 나무가 또다시 열매를 맺으면 그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무는 해거리를 통해 한 해 동안 열매 맺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1년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삶에서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해 반성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 휴식이 필요한 순간

 

 

 

 

 

“나무란 놈이 그렇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나무는 정성 들여 새순을 올리고 잎을 만들어낸다. 한여름의 나무를 보면 그간의 노력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무는 그렇게 애쓰며 만들어 낸 잎들을 겨울이 오기 전에 모질게 끊어 버린다. 가을이 깊어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영양분을 거둬들인 다음 떨켜층을 만들어 후두둑 이파리들을 떨궈 버리는 거다.

가을에는 햇볕이 여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뿌리를 통해 공급 받는 수분의 양도 절반 이햐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다음해를 기약하기 위해선 그동안 모아 놓은 에너지를 아주 조금씩만 쓰면서 추운 계절을 견뎌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나마 남아 있는 수분을 증산시키는 잎들을 모질게 떨어뜨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나무가 잎을 떨구는 것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다시 새롭게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나무는 그렇게 제 살을 깎아 내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잎들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는다. 버리는 것에 대해 아무런 회의 없이 과감히 내친다. 그들은 알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버리는 것의 고통은 분명 크다.

버리기 이전에,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부터가 힘이 든다.

내 삶에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더라도 막상 포기하려면 다시 보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집착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면, 그래서 어차피 버려야 할 것이라면, 버리는 순간만큼은 나무처럼 모질고 냉정해야 한다. 그렇게 어떤 미련도 남지 않았을 때, 겨울을 넘기 봄 나무가 그러하듯 비로소 나 자신을 더 크고 풍성하게 키워 갈 수 있다.

버리고 비워내는 만큼 비로소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 버려야만 더 큰 것을 얻는다

 

 

 

 

 

“그렇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존재가 바로 사람인 것 같다. 제 두 발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생각한 대로 행할 수 있고,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게 바로 사람 아닌가. 그러나 사람들은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어려움이 닥쳐도 마치 숙명인 양 체념해 버린다. 그리곤 그 탓을 주위로 돌리며 이렇게 말한다. "도저히 어쩔 수 없어. 이건 내 힘으론 불가능한 일이야." 뭔가 일이 안 풀리면 어떻게든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세우기 전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무를 보라고 얘기해 준다. 맘먹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지 마라. 그것이야말로 나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 나무에 대한 예의

 

 

 

 

 

 

2021년 새로운 에디션이 아닌 2001년 초판을 읽어 몇몇 문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