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연년세세', 소설가들이 꼽은 올해 최고 소설 선정
얄팍한 귀를 가진 나에게 이 또한 얼마나 달콤한 문구인가.
연년세세는 - 제목으로는 내용을 도통 종잡을 수 없었다- 1946년생 이순일의 기억, 그리고 그녀의 장녀 한영진과 차녀 한세진의 기억들이 해를 거듭하여 연결되고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파묘'
는 이순일과 한세진이 이순일의 외조부의 파묘를 위해 보낸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하고 싶은 말'
은 유능한 판매원인 장녀 한영진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친구도 많고 활발한 성격에 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기울어진 집안과 자기 아래 동생들을 책임지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첫째 딸 한영진. 자신의 살림을 다 챙겨주고, 퇴근할 때까지 잠 안 자고 기다렸다가 새 밥에 새 국을 끓여주는 엄마와 각별한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대접이 자신을 가장으로서 옥죄는 것 같아 엄마를 원망하게 되는 한영진.
'무명'
은 이순일의 이야기다. 바로 순자 그녀의 이야기. 작가는 사는 동안 순자, 라는 이름의 사람들을 자주 만났고 ‘순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하는 생각에서 '연년세세'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순일은 인내하는 모성을 가진 그 시대 전형적인 어머니이다. 자신의 이름이 이순일이라는 것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그저 어머니 순자로서의 삶만 살아온 그녀. 전쟁세대이며, 힘든 일 고된 일도 자식 생각에 묵묵히 견뎌 내온 우리네 어머니의 대표상 순자이다.
'다가오는 것들'
은 한세진의 이야기이다.언니처럼 활발하지도, 야무지지도 않고 어렸을 때부터 수줍음이 많아, 남 뒤로만 숨던 둘째 딸 한세진. 그래도 엄마 걱정에 말없이 엄마와 동행도 해주고, 엄마 곁을 같이 걸어주는 딸. 언니 눈에는 돈이 안 되는 부족한 일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묵묵히 자신을 표출하는 한세진의 이야기.
이렇게 총 4편의 단편소설이 가족 구성원들의 관계와 감정선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으며 각 작품들이 각자의 시선과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과연 가족소설인가?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남는다.
책을 덮을 때야 비로소 답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의 감상은 아니다고.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비록 엄마와 딸들이지만 전통적이며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족의 형태로 묘사되지 않았음이 그 이유이다. 가족의 구성원들은 가족이자, 그 가계에서 동떨어져 나온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 역시도 또 다른 사랑법이라는 듯이.
서사적 흐름이라 쉽게 읽힌다. 그녀들의 사소한 일상과 평범한 대화. 다만, 감상은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진부한 소재임에도 전형적이지 않고 아울러 한국 사회도 되돌아보게 만드는 중후함.
그중 가장 큰 울림은 내 삶 속에 가족에 대해 돌이켜보고, 나아가
내 삶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고심하게 해주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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