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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마음챙김의 시 – 류시화

by 책연필씨 202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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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류시화 작가의 시집을 읽었다. 이번 시집은 코로나로 발이 묶여 30년간 해마다 하시던 인도여행을 못가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좋은 시들을 골라 엮으신 거라고 한다.

아직은 시집이 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때그때 마음에 와 닿는 대로 읽다보면 언젠가 더 심오한 뜻을 느낄 수 있겠지?

 

이번 시집에서 맘에 들었던 시 몇 개를 골라본다.

정화

 

봄이 시작되면 나는 대지에

구멍 하나를 판다. 그리고 그 안에

겨울 동안 모아 온 것들을 넣는다.

종이 뭉치들, 다시 읽고 싶지 않은

페이지들, 무의미한 말들,

생각의 파편들과 실수들을.

또한 헛간에 보관했던 것들도

그 안에 넣는다.

한 웅큼의 햇빛과 함께, 땅 위에서 성장과

여정을 마무리한 것들을.

 

그런 다음 하늘에게, 바람에게,

충직한 나무들에게 나는 고백한다.

나의 죄를.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생각하면

나는 충분히 행복해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소음에 귀 기울였다.

경이로움에 무관심했다.

칭찬을 갈망했다.

 

그러고 나서 그곳에 모여진

몸과 마음의 부스러기들 위로 구멍을 메운다.

그 어둠의 문을, 죽음이라는 것은 없는 대지를

다시 닫으며.

그 봉인 아래서 낡은 것이

새것으로 피어난다.

웬델 베리

 

 

 

 

 

 

슬픔의 우물

 

슬픔의 우물에 빠져

고요한 수면 밑 어두운 물속으로 내려가

 

숨조차 쉴 수 없는 곳까지

가 본 적 없는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던진

 

작고 둥근 동전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데이비드 화이트

 

 

 

 

 

 

 

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잇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에린 핸슨

 

 

 

 

 

 

마지막 조각 글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레이먼드 카버

 

 

 

 

 

최고의 노래

 

모든 노래 중에서

최고의 노래는

고요속에서 들리는

새소리.

하지만 먼저

그 고요를 들어야 한다

웬델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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