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소설이 3년 만에
출시되었다.
나의 경우는 『베어타운』을 읽고 프레드릭 배크만에 빠져, 첫 작품 『오베라는 남자』부터 이번 신작 『불안한 사람들』까지 쭉 정주행을 한 케이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일단 따뜻해서 너무 좋다. 약간은 어설프고 평범한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른 따뜻한 속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만의 유머와 풍자로 이끌어 나간다.
이번 작품 『불안한 사람들』은 은행 강도와 인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스웨덴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한 어설픈 강도가 권총을 들고 은행에 침입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은행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고, 경찰이 온다는 소리에 무작정 뛰어나와 근처에 문이 열린 ‘오픈하우스’로 뛰어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부동산 중개업자를 포함한 8명의 사람들이 집을 구경하고 있었고, 권총을 들고 그곳에 나타난 강도로 인해 졸지에 은행 강도 사건은 인질극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인질들을 아무리 취조해도 은행 강도의 행방을 알 수가 없는데...
이윽고 은행 강도가 외쳤다. “아뇨……! 아니에요, 나는 강도가 아니에요…… 다만…….” 그랬다가 숨을 헐떡이며 번복했다.
“음, 어쩌면 강도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은 피해자가 아니에요! 이제는 인질극 비슷하게 되어버렸네요! 거기에 대해서는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 제 일진이 사납네요!”
그 모든 사태가 이렇게 시작됐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러고 싶지 않다니? 당신은 지금 우리 모두를 인질로 붙잡아놓고 있고 밖에서는 경찰이 대기 중인데 화장실에는 미지의 인물이 있어요. 그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모르고요. 당신도 자기 자신을 좀 존중해주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은행 강도로 성공할 수 있겠어요? 항상 남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대로 하면 되겠느냐고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은행 강도는 말문을 열었지만 율리아가 말허리를 잘랐다.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한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가 진실이 복잡하길 바라는 이유는 먼저 간파했을 때 남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권총이랑 뭐 그런 걸로 살짝 난장판을 만들긴 했지만 세상에 난장판 한번 안 만들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재밌는 사람들은 전부 살면서 최소한 한 번씩은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고요!”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라는 것.
이 책을 읽기 전 약간의 광고 글을 접했을 땐, 이번엔 프레드릭 배크만이 밀실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을 발간했나 싶었다. 하지만 경찰과 인질들과의 취조과정 아니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대화를 보고는 역시 프레드릭 배크만 다운 소설이라고 느꼈다.
너무나 어설픈 은행 강도, 새해 이틀 전날에 열린 ‘오픈하우스’에 모인 평범하지만 특이한 사람들, 경찰 선후배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기도 한 두 남자. 모두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주 핵심적인 인물들이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배크만 식의 블랙 유머는 삐딱한 것 같으면서도 인간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뭔가 불완전하고 단점이 훨씬 잘 드러나는 사람들이지만, 배크만의 소설 주인공들은 항상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미소 짓게 하고, 그리고 눈물 나게 한다.
본인의 공황장애에서 시작해 사람들의 불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는데, 갖가지 불안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동화처럼 써낸 작가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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