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이면 문득 생각나는 잔치국수.
깊은 멸치육수에 말아놓은 국수, 김가루, 호박 당근 등등의 고명. 후루룩 마시면서 술도 한 잔 호로록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인들과의 2차를 만복국수집에서 즐기기로 했다.
이미 안쪽 자리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만개의 복이 그득하다는 뜻이겠지. 만복. 이름이 정겹다.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에서 레트로풍의 느낌이 가득하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 느낌이 담겨있달까.
메뉴가 꽤 다양했다. 가볍게 먹기로 했던 건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일단. 함께 한 지인의 적극추천으로 땡초장육을 선택했다.
그리고 닭똥집 통마늘 튀김도 한 접시, 입가심용 멸치쌀국수까지 주문했다.
먼저 땡초장육. 와.. 비주얼이 화려하다. 얇게 썬 냉수육과 편으로 썬 오이, 양배추, 양파, 깻잎, 유자향이 가득 배인 알싸하고 매콤한 양념까지.
화려한 비주얼 못지않게 맛의 조합도 화려하다. 매콤 달콤 짭짤 아삭 상큼 등등 입 안에서 퍼지는 향이 정말 다채롭다.
꼭 먹어야 한다는 지인의 추천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소주도 한 잔. 지인들과 함께 맛있는 안주에 술잔을 기울인다.
힘들고 팍팍한 시기에 이런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비 오는 날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친구. 튀김요리.
닭똥집 통마늘 튀김이 이어서 나왔다. 생각보다 양이 꽤 풍부했다.
튀김옷에서 매콤함이 느껴지는 걸 보니 반죽에 청양고추가 들어간 듯했다.
약간의 매콤함 때문에 튀김의 느끼함이 더 고소하고 감칠맛있게 느껴진다.
닭똥집의 잡냄새도 느껴지지 않았고, 닭똥집 특유의 질깃함도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 통마늘과 함께 하니 식감과 향이 더 좋게 느껴졌다.
비오는 날 튀김과 소주는 최고의 궁합이 아닐까.
옆에서 놀고 있던 아이가 치킨이라며 달라고 하길래 입에 넣어주었다. 평소 매운걸 못 먹으니 한 번 먹고 말겠지.
게다가 찔깃한 닭똥집이니 못 먹고 뱉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안주로 시켰던 닭똥집의 절반 이상이 아이의 차지가 되었다.
뒤이어 나온 국수는 사진을 찍기도 전에 아이들 입 속으로 직행.. 겨우 정신을 차리고 찍었더니 처음 비주얼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맛은 익히 알고 있는 그 시원하고 깊은 맛의 잔치국수 그 자체였다.
다만 쌀국수라 그런지 면발이 특이했다. ㅅ면에서 느껴지는 밀가루의 텁텁한 끝맛대신 깔끔함이 더해져 육수가 더 잘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비록 한 두 젓가락 뿐이었지만 국물과 함께 맛있게 마무리하였다.
모처럼 지인가족과 함께 했던 저녁.
오락가락 내리던 비와 어울리던 '만복국수집'.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느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만복국수집'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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