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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사람이 싫다 – 손수호

by 책연필씨 202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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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변호사다. 지난번 책은 천문학자님 책이었는데... 그러고 보면 요즘 직업 에세이가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자기 분야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책까지 쓰는 사람들... 대단하다.

 

추천사가 방송과 관련된 사람들 이름이 있어서 방송에 나오는 분인가 보다 하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친구가 이 책을 보더니 ? 손수호 변호사네?’하며 아는 척을 했다. 꽤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유명하신 분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TV를 보지 않는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남들보다는 편견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정말 사람이 싫어서 사람이 싫다라고 제목을 달았을까? 직업이 변호사라 지긋지긋한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서 사람이 싫은 건가?? 그래도 계속 사람을 만나야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진짜 사람이 싫은 걸까??

 

 

 

 

 

 

제목 하나로 여러 생각을 하며 책을 시작했다. 변호사가 쓴 책이라 딱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법률 용어도 그리 많지 않고 풀어서 설명을 잘해 놓으셔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문장이 길지 않고 설명이 장황하지 않아서 좋았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변호사가 아닌 현실 세계의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솔직하게 적어놓으신 점, 누구를 변호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게 되는 아이러니, 변호사도 감정 노동자라는 점, 직업이기에 돈을 떠나서 변호사 일을 논할 수 없다는 점 등등 실제 변호사이기에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공감이 되었다.

 

 

 

 

 

 

가끔 법정에서 마치 당사자인 것처럼 감정 몰입해서 폭발시키는 변호사를 목격한다. 연극 한 편 보는 느낌이다. 물론 승패 관계없이 사람들 앞에서 그런 한풀이하는 게 목적인 퍼포먼스형 소송도 있다. 하지만 돈 쓰고 시간 쓰면서 그저 순간의 후련함을 얻을 뿐이다. 권하지 않는다. 고객이 서운할지 몰라도 최대한 상대방 비방을 자제한다. 감정적 호소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룬다. 나쁜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물론 속 시원한 맛은 떨어진다. 하지만 판결문 받았을 때 웃을 수 있어야 진정한 승자 아니겠는가. 그게 진짜 변호사의 일이다.

 

- 비공식 정답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책 읽고 연구하는 사람이 변호사인 줄 알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게 기본이다. 법은 계속 바뀌고, 새로운 판례가 매일 쏟아진다.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으려면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가끔 토요일 아침 변호사협회 의무 교육받으러 서초동 회관에 간다. 환갑은 훨씬 지나 보이는 변호사들이 맨 앞줄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강의 듣는다. 그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나를 돌아보고 반성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슬퍼지기도 한다. 이 직업은 대체 언제까지 긴장하며 노력해야 하는 건지. 가습이 답답해진다.

 

-변호사, 원래 이런 건가

 

 

 

 

 

 

대법원은 변호사가 상인이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분명 법무법인을 경영하고 있음에도 변호사는 법적으로 상인이 아니다. (중략) 하지만 변호사도 사업자등록을 한다. 사업자등록증에 ‘서비스업’으로 기재된다. 부가가치세도 내고, 제한적이지만 광고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리 법은 변호사를 상인으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법무법인은 등기사항에 ‘상호’가 아니라 ‘명칭’을 쓰게 된다. 이처럼 변호사를 일반적인 상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여러 규제를 두고 상당한 의무를 부여하면서 엄격히 다룰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어떻게든 변호사의 상인 성을 부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이유가 뭘까. 답은 한참 전에 이미 나왔다. 우선 변호사업의 실질을 주목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변호사는 상인이다. 영업도 하고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를 상인이 아니라고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세상만사 결국은 ‘장사’

 

 

 

 

 

 

“변호사님만 믿습니다. 진실이 승리하잖아요.” 다른 버전도 있다. “변호사님, 정의가 반드시 이길 겁니다.” 그런데, 아니. 잠깐. 일단 우리가 정의 쪽에 서 있는지부터 알쏭달쏭한 사건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다시 돌아와서, 진실하고 정의롭고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당당할 수 있다. 누구 앞에서든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인정받는다. 그게 누군가 죽은 다음일지라도. 하지만 재판은 다르다. 정의가 패소할 수 있다. 불의가 이기는 재판도 있다. 얼마든지 진실이 거짓에 패배할 수 있다. 재판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재판이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 재판의 한계, 인간의 한계

 

 

만약 모든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면 재판이 필요 없다. 소송도 필요 없다. 판사는 실업자 된다. 변호사도 사라질 거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인님 대신 천하제일 '거짓말' 대회에 출전한 '용병'이다.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의뢰인을 위해 싸워 이기는 게 변호사의 임무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으면 눈도 찌르고 귀도 깨물고 로 블로도 날려야 한다. 변호사는 거짓말 대회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어찌 사람이 싫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천하제일 거짓말 대회

 

 

 

 

 

 

후반부에서 다룬 사례별 사건들의 이야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꽤 도움이 되었다. 여러 가지 케이스별로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 두셔서 참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법조인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몰랐을 부분도 여러 가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변호사의 길을 걷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아니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꽤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소소한 재미로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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