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내 마음속의 서촌은 'slow'라는 단어와 닿아있다. 여유롭고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 강해서일까.
새롭게 변해가는 수많은 것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느낌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서촌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 서촌의 이곳저곳,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뜻밖의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곤 하는데
이번에 발견한 보석은 다름아닌 '에코레'이다.
한 달 정도 전에 새롭게 오픈했다는 이 곳.
하얗고 깔끔한 문을 열고 에코레 속으로 들어가 본다.
깔끔하고 심플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정말 아기자기한 숲 속 오두막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수제 쨈, 수제청, 그래놀라 , 페스토 등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도 하고 있다.
진열장 모습도 앤틱하고 동화 속 모습이 그려지는 듯 아기자기하다.
적당한 크기의 가구들이 멋스럽다. 손 때가 묻은 듯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가게 안에는 6인용 테이블 1개, 2인용 테이블 2개와 1인 테이블 1개가 있다.
1인용 테이블. 이런 곳이라면 혼자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오묘하게 구석구석에서 일본의 가정식 요리 전문점 느낌이 난다. 아기자기한 멋스러움 때문일까.
곳곳에 장식된 식물들이 고풍스러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참 마음이 편해지는 인테리어가 아닌가 싶다.
귀여운 다람쥐 목각인형과 도토리.
다람쥐라는 뜻의 '에코레(ekorre)'. 그 때문에 숲 속 오두막의 느낌이 들었던 걸까.
내추럴 와인도 판매하고 있다니. 다음엔 저녁에 와 봐야겠다. 이런 분위기의 와인바라면 순간순간이 소중할 것 같다.
메뉴는 단순하다. 가게의 테마와 어울리는 구성인 것 같아 맘에 든다.
발사믹 치폴레 베이컨과 펜네 푸타네스카. 아메리카노와 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잠시 후 먼저 등장한 샌드위치. 와. 이런 따뜻한 느낌의 샌드위치 정말 좋다. 빵은 치아바타인가.
치즈의 고소한 풍미가 느껴지는 샌드위치다.
보기만해도 행복한 비주얼이다. 한 입 맛보니 빵은 겉이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면서 부드러웠고 베이컨과 치즈가 어우러져 고소한 풍미가 화악하고 풍겨져 나왔다. 발사믹으로 잘 볶아진 양파의 풍미와 소스가 잘 어우러져 정말 담백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저 당근절임. 와. 피클도 아니고 당근으로 만든 김치도 아닌 뭔가 새로운 느낌의 곁들이였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중간중간 계속해서 먹었던 당근. 새콤하면서도 강하지 않게 시원한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곧이어 나온 펜네. 설명에는 '자극적인 토마토 파스타'라고 나와있지만, 설명과 달리 자극적이라기보다는 통통 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맛이었다. 펜네의 식감이 잘 살아있었고 소스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좋았다.
자극적인 토마토 소스 때문일까. 소스가 흥건한 파스타가 아니라 펜네 면에 묻힌 듯, 버무린듯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소스 많이 많이 스타일이라 조금 더 풍부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짠맛이 강해져 제대로 된 맛을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대로도 충분하다. 며 마음을 접었다.
행복한 투샷. 궁합이 딱 좋다. 펜네 파스타를 먹다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면 짠맛은 중화되고 고소함은 배가되는 맛.
인상적인 땅콩모양 접시. 소품 하나하나, 가게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을 쓴 부분들이 좋다.
접시들도 다 다르지만, 통일감이 느껴지는 구성이다.
라테와 아메리카노.
적당히 고소하고 부드러운 커피였다. 사실 음식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기에 차 맛은 중요치 않았다.
그만큼 음식의 맛을 살려주는 커피였다는 말이겠지.
소품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연신 찍어야만 했다.
다만 다른 손님들에게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찍다 보니 배경이 한정적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어느 위치에서 찍어도 그저 멋지고 인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여유롭고 한적하고 조금은 느린 듯한 곳 - 서촌.
그 곳에서 만난 색다른 공간 '에코레'
아기자기한 공간이고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며 행복한 맛을 선물하는 공간인 이곳.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만의 작은 도토리를 찾아 다니는 다람쥐의 모습이 익숙한 숲 속 오두막 같은 곳.
'에코레'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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