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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완전한 행복 – 정유정

by 책연필씨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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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비밀이 무슨 뜻이라고 했지?”
엄마가 복습을 시키듯 물었다. 지유는 대답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요.”
“그리고?”
‘그리고?’는 이런 뜻이다. 답이 완전하지 않아. 지유는 나머지를 채웠다.
“말하면 벌을 받아요.”

 

 

오랜만에 정유정 작가의 신작을 읽었다. 정유정 작가의 글은 정말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손에 잡는 순간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고나 할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추리소설이 아니지만 추리소설보다 더한 긴장감, 눈앞에 상황이 펼쳐지는 듯한 묘사력,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있는 서사력.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내려놓을 수 없는 책. 완전 빠져들게 만든다.

 

 

이번 소설에는 자신밖에 모르는 싸이코패스 신유나’, 그녀의 어린 딸 지유’, 신유나가 증오하는 그녀의 언니 신재인’, 그리고 그녀의 전남편과 현남편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엄마의 건강과 경제적인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 집에 맡겨진 신유나. 언니로 인해 엄마, 아빠, 집을 포함한 자신의 행복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불행은 전부 언니 때문이라 여기며 언니를 엄청 증오하게 되는 유나.

 

집에 남겨졌지만, 어린 자식을 보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의 날카로움의 대상이 된 재인. 그런 재인을 감싸주는 아빠 앞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안고 살아온 재인.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이지만, 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기도 한 엄마를 둔 지유. 규칙을 어기면 엄마에게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고 당연히 믿는, 엄마의 말이 절대 세상이라 여겨야하는 어린 아이.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올 줄은 몰랐다. 사실을 말하자면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고민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머뭇대다 대답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 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언니로 인해 어린 시절 자신의 행복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신유나는, 자신의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한다. 요즘 이슈가 되는 가스라이팅으로 상대방을 조정하고, 그게 가족이든 남이든, 어른이든 아이든,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기면 살인도 불사한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연민은 조금도 없고 자신이 참 운이 없다며 헛헛해한다. 항상 완전한 행복을 꿈꾸면서..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고 정유정 작가는 말한다.

그렇기에 신유나는 항상 완전한 행복을 꿈꾸면서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정유정 작가는 싸이코패스 전문 작가(?)인 듯하다. 그만큼 인간의 악한 면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악의 3부작'이라고도 불리는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에서는 악인의 내면, 악인이 되어 가는 과정 등을 그리면서 악에 대한 본질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악인이 남을 어떻게 망가뜨려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이번 작품이 욕망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니 다음 작품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니, 솔직히 정유정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 온 독자로서, ‘욕망시리즈가 아닌 그 어떤 작품이라도 너무 기다려진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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