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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2인조 – 이석원

by 책연필씨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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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타인이 나를 구원해주길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과 둘이서, 다시 말해 스스로 삶을 헤쳐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고 좋은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에 또다른 내가 있는,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코 잃을 수 없는 내 편이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다.”

 

 

뭔가 이전의 책들과는 결이 좀 다르다.

 

자분자분하게 옆에서 이야기 하듯 세상과의 관계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갔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너무나 신경쓰느라 자신을 등한시했던 작가. 너무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그래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작가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나는 좀 모자라서 그런지 어디 백화점에라도 가면 내가 팔아주는 입장이면서도 매장 측의 눈치를 보는 타입이다. 조금 오래 골랐다 싶으면 미안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옷을 살 때가 있고, 식당에서는 혼자 먹는 게 눈치 보여 두 개를 시키는 일은 너무 많다.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겠지만 어딘가엔 나와 같은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안다.”

 

 

남들이 봤을 땐 아주 하찮은 일이지만 용기를 내서 자신을 피력하는 작은 에피소드들과 담담하게 읖조리는 마음속의 말들이,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하고 한번쯤 더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신중해야 한다’는 명복으로 아무도 불편하지 않을 글을 쓰는 일은, 작가로서 가능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요.(인간으로서도 그렇겠지요.) 그렇게 저는 미움받는 연습을 조금씩 해나갔고 그게 내 스스로 내린 첫 번째 처방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것과 존중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

그 어떤 순간에도 ‘나’보다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

 

비록 그게 가족이나 다른 어떤 중요한 존재라 할지라도.”

 

“중요한 건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고 때로 그 존중은 스스로가 이끌어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노’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면 어떤 존중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죠. 어쩌면 진작부터 알았지만 이제 와서야 비로소 실천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태어난 지 사십팔 년 만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안다는 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다. 그게 바로 나 자신을 아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지금가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몰라 그렇게 고민을 했던 것은 그만큼 나를 몰랐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나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

 

작가가 중간에 <삶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이야기를 썼는데 너무나 공감이 갔다.

 

“어떤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갔어. 네 번째였지. 미쳤냐구? 뭐 현대인 중에 정상인 사람이 드물다니 나도 어딘가는 그런 구석이 있겠지. 하지만 이건 내 나름 작정한 바 있어서야. 평생 영화를 좋아하고 극장 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렇게 좋아서 본 영화, 다시 한번 봐야지 결심하곤 그 결심을 지켜본 적이 많지 않아. 바빠서. 귀찮아서. 담에 가면 되지 이러면서 항상 미루고 미루다 막상 가려고 하면 어느새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가버리고 없었지. 다시는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걸 마주할 일이 없어져버리곤 했던 거야.

 

 

그렇게 놓친 게 얼마나 많던지.

 

인생은 유한하고, 나는 그 유한성을 점점 더 절감해가는 나이가 되었어. 그러다보니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만나기 위해 당장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기회는 어쩌면 영영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지금

 

내 나름의 사랑하는 법을 실천하고 있는 중인 거지.”

 

 

여전히 소극적이고 소심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신의학과 의사가 해주지 못하는, 내 옆의 다른 누군가가 해주지 못하는, 스스로 이루어내야만 하는 자신과의 화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더 발전해가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중요한 건 내 편을 만드는 거지

나를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려 애쓰는 게 아니라는 것.

 

언제나

오직 나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명심하라.

거절이란(실패란) 살아 있는 한 계속되고

진짜로 포기란 걸 해버릴 때 완성이 된다는 걸.”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편안함은 어디에서 오며

나를 사랑하는 법은 무엇일가.

 

지금 그 모든 것에 대한 나의 답은 하나다.

 

솔직함에서 온다.

솔직할 수 있는 자유로부터.

 

남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로부터.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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