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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완

by 책연필씨 2021.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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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강렬한 문장이다. 제목도 뭔가 풍기는 게(?)(?) 있는 듯하다.. 평소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던 나에겐 강렬한 범죄 현장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문구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어긋난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세이였다.

 

누군가의 인생이 영화라면 작가가 하는 일은

눈여겨보지 않는 엔딩 크레디트의 마지막 한 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모른 척 지나쳤던

이웃들의 고단했던 마지막을 비춰 역설적으로

삶의 강렬한 의지와 소중함을 전한다.

-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작가님은 실제 특수청소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이다. 범죄 현장 뿐 아니라 자살 현장이나 누군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곳을 치우는 일이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물리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고독사가 많아진 경우에는 더더욱.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면서 남은 유품이나 집안 풍경으로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 사람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며, 죽음을 바라보며,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 그래서 읽는 동안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쉽게 읽히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부분도 많았다.

 

 

 

 

 

 

“가난하다고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그대가 현자라면 언제나 심각한 사람이 손해라는 것쯤은 깨달았으리라. 어차피 지갑이 홀쭉하나 배불러 터지나 지금 웃고 있다면 그 순간만은 행복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 가난한 자의 죽음 중에서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 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

- 이불 속의 세계 중에서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월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 사랑하는 영민 씨에게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하다고 말하면 어떨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귀하다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도 너무나 소중한 직업이라고….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 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 특별한 직업 중에서

 

“그곳이 어디든, 우리가 누구든, 그저 자주 만나면 좋겠다. 만나서 난치병 앓는 외로운 시절을 함께 견뎌내면 좋겠다. 햇빛이 닿으면 쌓인 눈이 녹아내리듯 서로 손이 닿으면 외로움은 반드시 사라진다고 믿고 싶다. 그 만남의 자리는 눈부시도록 환하고 따뜻해서 그 어떤 귀신도, 흉가도 더 이상 발을 들이지 못하리라.”

- 흉가의 탄생 중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한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세울까?”

- 가격 중에서

 

 

 

 

 

 

작가는 마지막에 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죽음에 의해 경도되고 그 엄숙함에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죽음에 관한 언급 자체를 불경한 일로 여겼습니다. 어쩌면 이 기록도 그런 면에서는 급진적이라고 할 만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묻는 행위, 인간이 죽은 곳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삶과 존재에 관한 면밀한 진술은 오히려 항바이러스가 되어 비록 잠시나마 발열하지만 결국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데 참고할 만한 기전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적인 아이러니 속에서 이 기록이 그 역할을 하리라는 믿음, 나에게 주어진 책무라는 자각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도록 다독여주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내 삶에 대해 혹은 내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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