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감상평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뻔한데 눈을 뗄 수가 없어. <서치>의 감독 아니쉬 차간티가 돌아왔다.
이 영화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영화이다. 7분이면 아아~라는 혼잣말이 입술 사이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그럼에도 '뻔하다'.'진부하다'라는 서술어를 쓰기 어려운 이유는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전작 <서치>에서 보여준 신선함은 없다. 어긋난 모성애를 품고 미저리로 치장하고, 또한 클리셰들의 향연이다. 그럼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러닝타임 90분 내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몰입한다. 예측 가능한 엔딩까지 제목처럼 빠르게 달려간다.
내 인생의 90분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사라지게 했으니 그거면 충분한 것 아닌가.
자 이제 한번, 함께 RUN 해보자.
미숙하게 태어나 하반식 마비와 온갖 병마를 가진 딸. 모성애와 미안함이 혼재 된 표정을 보여주는 엄마. 그리고 그럼에도 훌륭하게 자라서-엄마의 지극한 모성애로- 독립적이며, 지적이고, 용기 있는 딸의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영화 초반부에서는 "장애를 딛고 일어나 RUN!"을 외치며 훈훈하게 시작하는데..
합리적 사고는 사치일 뿐, 시간 없어 그냥 의심해 .그냥 RUN!
녹색(GREEN) 다이앤의 집착과 광기의 색.
그리고 감독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고스란히 담긴 연출이 있으니, 다이앤의 욕망과 집착과 광기 서린 영역 표시를 감독은 녹색으로 그려냈다. 셰익스피어가 그의 희곡 ‘오델로’에서 질투와 집착의 불편한 감정을 '녹색 눈의 괴물'로 말한다. 아니쉬 차간티 역시 이 작품에서 그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녹색칠을 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클로이의 색은?
영화 초반부 복선 중, 다이앤의 대사가 있다. 나의 딸 클로이는 독립적이며 용감하고 지적이다. 이 대사가 들려주듯 클로이는 그러하다. 힘든 상황에서 주저앉지 않고 상황을 모색하고 또 실행한다. 물론 감독이 뒤에서 쫓아오며 다그쳐서 일 수 도 있겠지만, 클로이는 주저하지 않고 달린다.
그러한 클로이의 희망적이고 도전적이며 용감한 모습을 대변하는 색이 있으니, 그 색은 바로........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아니쉬 차간티의 손짓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영화는 7분이면 모든 사건의 내막을 예측할 수 있다. 감독의 의지로 말이다. 그는 전작 <서치>에서도 초반부에 진범을 모니터에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툭 던지고 손짓한다.
"어서 따라와."
개연성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지 10초
다이앤의 집착과 광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무리 100미터 달리기처럼 달려가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을 부여해야 되지 않을까? 감독은 단지 10초로 압축한다. 학대받고 자란 과거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그리고 이제 RUN 이다.
비밀의 상자를 오픈한 클로이 그리고 시작되는 탈출의 시간. 이건 감독의 전문분야가 아니겠는가. 점점 차오르는 심장의 고동과 비트를 함께 하는 음악, 그리고 그에 반응하듯 쏟아내는 랩과 같은 다급한 대사. 그리고 급박한 시선 처리를 카메라의 이동으로 보여주니, 내가 쫓기도 있다는 착각에 빠질 만큼 몰입된다. 이미 나는 빠삐용 스트라이프 죄수복을 입은 클로이와 함께 RUN하고 있는 것이다.
숨이 턱 막힐 듯한 클라이맥스 그리고 과거와의 오버랩을 통해 보여준 RUN의 끝
궁지에 몰린 클로이는 독극물을 먹게 되고 수술을 받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과거 의사들이 착용했던 녹색의 마스크는 흰색으로 바뀐다. 이로써 다이앤의 광기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 과정에서 사라 폴슨의 미친 연기는 영화의 격을 높여준다.
RUN 멈춘 거 아니었어요?
뮌하우젠 신드롬 바이 프록시
뮌하우젠 신드롬 바이 프록시(Munchausen Syndrome by Proxy)는 어린이, 중환자 등을 돌보는 부모나 간병인 등이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돌보고 있는 어린이 등에게 상처를 입히는 정신질환이다. 자신이 돌보는 아이를 아프게 해서 병원을 찾아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보호본능을 대리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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