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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S 다이어리

[추천도서]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by 책연필씨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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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을 꺼냈다. 하루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그래서인지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바로 읽는 편이다. 이 책도 작년 11월에 출간되자마자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전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하루키에 빠진 뒤 하루키의 거의 모든 소설을 읽어온 듯하다.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나가며 아주 기이한 다른 세계를 공존시키는 하루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전개, 혹 정말 이런 상황이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건 아닐까 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말솜씨. 어떻게 이런 전개가 가능할까 하면서도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런 반면 하루키의 에세이들은 정말 깔끔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담백하게 일상을 기술해나간다고나 할까? 그래서 하루키의 에세이들은 대체로 편안하게 읽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루키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말투가 사라지지는 않는. 하루키처럼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작가가 있을까?

 

 

이번 『일인칭 단수』는 총 8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 소설집이다. 모두 개별적인 이야기이지만 8개의 이야기가 전부 일인칭의 주인공인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편 소설들이지만 화자가 ‘나’이기 때문인지, 약간 에세이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더군다나 워낙 재즈와 클래식 광이고, 야구팬이라는 것도 유명하다 보니 그것들이 주제가 된 몇 가지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꼭 하루키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놓은 듯한 착각도 들었다.

 

 

 

「돌베개에」 - 대학교 2학년의 ‘나’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자와 우연찮게 하룻밤을 보낸다. 혼자만의 짝사랑 중이던 그녀는 자비로 단카 가집을 출간한다. 그리고 ‘나’에게 한 부를 보내준다.

 

「크림」 - 재수생 시절, 피아노 학원을 같이 다녔던 여자아이에게서 연주회 초대장을 받은 ‘나’는 꽃다발을 들고서 혼자 낯선 동네를 찾아간다. 그러나 도착한 곳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뜻밖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 재즈 팬이었던 ‘나’는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알토 색소폰의 대부 찰리 파커가 요절하지 않고 음악활동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거기에 대한 가상의 음악 평을 대학 잡지에 기고하게 되는데...

 

「위드 더 비틀스 With the Beatles」 -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비틀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때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비틀스와 ‘나’의 첫사랑이 떠오른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 오랫동안 한 팀만 응원해온 ‘나’. 하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은 성적이 항상 최하위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그 팀을 응원하러 구장으로 향한다.

 

「사육제(Carnaval)」 - ‘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피아노곡을 더 좋아하는데 슈만의 <사육제>를 특히 좋아한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취향의 여자를 만나 우리는 음악적 이야기를 나누며 색다른 우정을 나누게 된다.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 인간의 말을 할 줄 알고 예의 바른 원숭이를 여행 중 온천에서 만난 ‘나’. 그 원숭이는 자기가 훔친 이름에 대해 말해준다.

 

「일인칭 단수」 - 평소와 다르게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구두까지 신은 ‘나’는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 너무나 완벽한 하루가 처음 보는 여자의 오해로 인한 뜻밖의 공격으로 한순간에 사라지게 된다.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 쌍의 작은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 인생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 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든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 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 본문 중에서

 

소설인데 에세이 같기도 하고,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헷갈려 찾아보게 만드는 하루키의 이번 단편집.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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