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싸고 천하게 빚으면 싸고 천한 대접을 받는다 - 귀한 해남쌀과 물로 빚은 해남 해창주조장

 

 

 

 

안녕하세요. 책과 여행, 그리고 캠핑을 사랑하는 책연필입니다. 

 

900㎖에 110만원. 그러니 얼추 계산해도 100㎖ 한 잔에 약 12만원.

게다가, 이것이 막걸리의 값.

 

 

 

작년 이 정체 모를 가격으로, SNS와 온라인을 시끌벅쩍하게했던 막걸리가 있었으니

바로 전남 해남 해창주조장에서 빚은 해창막걸리였습니다.

흥은 아나, 술은 잘 모르는 책연필이지만, 사람들의 속닥임이 있으니 한번 찾아가봤습니다.

응당, 막걸리라 함은, 시원한 막걸리 한사발에 김치 한 젓가락 먹으며, 우리 흥을 돋우며, 때론 우리 한을 달래왔던 그 술이 아닌가요.  그 본질을 깨는 파격적인 가격에 설왕설래했겠지요. 사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먼길 찾아간 '해창주조장'.

 

 

전남 해남군에 위치한 해남주조장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모습은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지만, 우리 땅의, '땅끝'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새삼 고취된 애국심을 품고 도착한 해창주조장의 첫 모습은 지극히 '일본'스러웠습니다.

해창 주조장은 광주와 목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일본인 '시바다 히코에이'가 원료인 쌀 수급을 위해 1927년 해남에 정착하면서 쌀 창고와 함께 지었다고 합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창고. 추후 문화공간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의 약탈 현장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상처가 있는 근대 문화 유산인 이 건물은 , 현재 우리 한민족 고유 전통주인 막걸리를 제조 하여 계승하는 장소입니다.

 

이후 1945년 시바타 히코헤이 양조장의 운영과장이었던 장남문이 해창주조장을 인수하였고. 강진 출신의 황의권이 제3대 주인이 되면서, 1961년 양조장 면허를 취득하였답니다. 그 후 후계자가 없던 이 주조장을 단골 손님이었던 현재 대표인 오병인, 박리아 부부가 2008년 5월 인수하여 제4대 주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주조장

 

코로나 시국인지라 시음을 하지 않아 한적한 마당을 돌아들어가면, 아름다운 정원이 나옵니다. 40여종의 수목이 오밀조밀하게 제자리를 잡고, 사계절 꽃을 피웁니다.

 

 

 

 

 

 

한병에 110만원 막걸리의 정체

 

코로나19는 음주 문화도 바꿨습니다. 회식과 모임에서  '취'하기 위해 마시던 술 대신 특별하고 희귀한 술을 구해 마시고, SNS를 통해 자랑하는 문화가 생긴거죠. 그 중심에 MZ세대가 있고 그로 인해 전통주에 대한 관심과 판매량이 높아졌습니다. 

‘해창 롤스로이스(18도)’도 바로 그러하죠. 한병에 110만원하는 이 막걸리는 도자기 병에 24K 금 한 돈으로 ‘해창’이라는 글자를 새겨 포장비용만 70만원이 넘는다고 해요. 재료는 해창의 다른 막걸리와 별 차이는 없지만 발효와 숙성을 6개월 이상 오래 해 맛이 부드럽고, 고유의 향이 나도록 했다. 발효만 90일 걸렸다고 합니다.

이 특별함맛 계모임까지 만들어 구매하는 이들이 생겼다 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생 막걸리로 자신의 SNS에 여러 번 소개하기도 했으니,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게 되었고, 이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주력막걸리는 12도와 9도 

 

해창막걸리는 생막걸리로써 해남산 찹쌀과 멥쌀로 빚으며, 인공 감미료가 없어, 숙취가 없다고 합니다. 

주력 판매 막거리는 12도와 9도로 각각 1병당 11,000원과 7,000원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음주사진은 없지만, 음주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1. 보통 막걸리보다 걸죽함이 강하고 진합니다.

 

2. 냉장고에 며칠 숙성시켜두면 더 맛있어집니다.

 

3. 베블렌효과인가요. 깊이와 풍미가 있습니다.

 

4. 와인처럼 조금씩 음미하며 마시는 게 더 맛있습니다.

 

5. 보통막걸리의 경쾌함을 좋아하신다면, 별로일 수 있습니다.

 

6. 생막걸리로서 진한 맛을 원하신다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